수족 저림증(손발이 저리세요)

말초신경과 척추장애 그리고 뇌와 심혈관계

이제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중년 이상의 나이에서는 혈액순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언론매체에서도 이에 대한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 계절이다. 어느날 갑자기 손발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누구나 우선 풍이 아닐까 하여 겁부터 먹게 된다. 이렇게 저린 것을 비증(痺症)이라 하는데 이에 대한 원인 증상 및 한방적 치료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50대 남자가 자주 손발이 저리다면 순환기 장애, 척추에서 오는 신경 지배 영역에 의한 장애, 중추신경에서 오는 장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50대 남자의 신체조건으로 척추에 별 이상이 없고, 혈압이나 맥압에 큰 이상이 없다면 순환기장애에서 오는 비증이 아닌가 생각된다.

임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비증(痺症)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기허전신마목형(氣虛全身麻木型)

인체는 기혈의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기(氣)가 허약한 증상(저혈압이나 어지럼증,귀울림,맥압이 작은 경우)이 나타날 경우에는 혈액을 인체곳곳에 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말초에 혈허상태(피가 부족한 상태)를 유발하여 손발이 저릴 뿐만이 아니라 전신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치료는 기혈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해야하고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계통을 사용한다.

혈허협담음형(血虛狹痰飮型)

전신에 순환하는 혈액량이 부족하고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가 되면 혈전과 같은 찌꺼기가 혈관 내에 많이 발생된다. 즉, 이를 한방에서는 담음(체내에 필요 없는 불순물)이라 하는데 이럴 경우는 보혈(補血)해 주면서 담음을 제거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물탕(四物湯)과 이진탕(二陣湯)을 합한 처방을 사용한다.

신양허냉비형(腎陽虛冷痺型)

인체의 하체 및 하복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본적인 힘을 신양(腎陽)이라 한다. 신양이 허약하게 되면 허리 및 하체가 차면서 저린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노인 및 갱년기 여성이 많다. 이럴 경우에는 신양을 보충해주는 팔미지황탕(八味地黃湯) 계통을 사용한다. 손발저림증 환자의 경우, 이와 같은 유형을 바탕으로 증상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여 치료하며, 또한 침치료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을 습관화 하고 온찜질 요법도 손발저림증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비증(痺症)의 원인에 대하여, 현대 의학적 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말초신경 염이나 혈관이나 근육의 수축에 의해 말초의 감각장애가 있는 경우

2) 척추질환이나 척추의 추진판 탈출증에서와 같이 신경지배 영역에 따라 비중이 나타나는 경우

3) 뇌졸중이나 간질과 같이 뇌에 이상이 있는 경우

4) 고혈압 혹은 저혈압에서 또는 맥압(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의 차이로 보통 40~50mmhg가 정상)의 차이가 심할 경우

한방적 원인은 신체가 허약한 틈을 타고 풍.한 .습의 사기(邪氣)가 주리(피부의 한선이나 외부와 소통되는 통로)에 침입하여 경락(經絡),근육,관절로 흘러 다니면서 기혈의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여 발생한다고 보며,

이와 같은 풍.한.습의 세 가지 원인 에 따라 비증(痺症)을 분류한다.

풍비증(風痺症)

저린 것이 여기저기 왔다갔다한다고 하여 행비(行痺)라고도 하며, 인체의 팔목, 팔꿈치,무릎 등의 큰 관절에 주로 나타난다. 굴신(屈伸)이 자유롭지 못하고 질병초기에 오한,반열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법은 거풍통락(祛風通絡:풍기운을 제거하여 경락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치료법)시키며 대표 처방은 견비탕이다.

한비증(寒痺症)

찬 기운이 관절에 침입하는 비증으로 특히 통증이 심하여 마치 찌르는 듯하게 나타난다 하여 통 비(痛痺)라고도 한다.

찬 기운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따뜻하게 하면 통증이 완화되고, 차게 하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아픈 관절 주위를 만져보면 차가운 느낌이 촉지된다.

치료법은 신온산한(辛溫散寒:맵고 따뜻한 성분을 가진 약으로 한기를 몰아내는 치료법)시키며 대표 처방은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이다.

습비증(濕痺症)

인체에 습기운이 지류 되어서 관절이 무겁고 뻣뻣하며 부종이 수반되는 특징이 있다.

습한 기운의 무겁고 탁한 성질 때문에 기혈의 흐름이 장애를 받아 발생한다.

치료법으로는 건비조습(健脾燥習:소화기 계통을 튼튼히 하여 습기운을 몰아내는 치료법)시키며, 대표 처방은 의이인탕(薏苡仁湯) 이다.

비증이란 인체의 허약한 틈을 타고 외부의 사기인 풍.한.습이 침입하여 발행하므로 기혈을 보충하여 정기를 기르고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즉 앞의 임상 예에서와 같이 기본적인 변증(辨證:증상을 구별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풍.한.습 중에서 어느 것이 침입했는가를 구별하여 치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증에 관한 민간 요법 하나 를 소개하면

늙은 호박을 구해 속을 파낸 다음 그 속에 약쑥(주: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이 좋음)을 집어넣은 후 전체를 푹 고아서 그 즙을 짜서 한 컵씩 1일 2~3회 복용하면 비증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